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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4. 23. 문병로 교수 - 거품: 인간의 동반자

by idthinking 2021.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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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04/391154/?fbclid=IwAR01vK7y9kzP7qK0AiJ3rFKJ1yBEFzQT9PlvOc0KwTqWuC1MKIrwtOezv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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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거품을 필요로 한다. 거품은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입히지만 그 와중에 일부 기업이 힘차게 도약하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네이버, 다음 등이 닷컴 거품 와중에 도약한 대표적 예다.

현재는 인공지능(AI) 거품이 진행 중이다. 과거에 두어 번 있었던 AI 거품과 다른 점은 일부 분야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AI가 성공적인 분야는 제한적이다. 말이 안 되는 기술로 관심을 끄는 기업도 많다. 기술의 핵심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통하기도 한다. 이런 거품을 통해 많은 자금이 AI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그중 일부는 화려하게 비상할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에도 거품이 심하게 끼어 있고, 가상화폐는 말할 것도 없다.

동물의 어떤 특징들은 생존 관점에서 보면 매우 불리하다. 공작의 긴 꼬리는 포식자로부터 도망가기에 거추장스러운 장치다. 생존상 불리를 무릅쓰고 이런 방향으로 진화한 것은 암컷에게 환심을 사서 번식 기회를 잡고자 하는 성선택 진화 탓이다. 일단 방향이 잡히면 관성이 거품 수준까지 진행된다. 그 결과 공작의 꼬리 같은 현란하고 퇴폐적인 미적 산출물이 탄생했다.

한국 사회에는 재미있는 거품이 있는데 바로 도덕 추구다.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할 것 없이 스타가 되려면 도덕적 거품이 필요하다. 오구라 기조는 그의 책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에서 한국에서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도 경기 성적이나 노래만으로는 평가받지 못하고,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인가를 대중에게 납득시킨 후에야 비로소 스타가 될 수 있는 사회라 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더 도덕적인 사회는 아니라는 뼈아픈 지적도 덧붙였다. 도덕적 거품에 대한 유다른 집착은 자기소외를 부른다.

유명 연예인이 되는 과정에는 많든 적든 거품이 필요하다. 흔히 도덕이나 선행, 불굴의 의지 이런 덕목들로 포장된다. 스타가 된 이후 소속사에서 해줘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거품의 지속적 관리다. 거품을 잔뜩 만들어놓은 상태로 생활관찰 예능 프로에서 소박한 모습을 보이면 더 흥행이 된다. 역사학자 대니얼 부어스틴의 표현처럼 '단지 이름이 널리 알려져서 유명한 사람'인 유명인은 사라진 다음 잔영이 남기 힘들다. 정신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

거품은 풍부함을 만들고 이 하부의 풍부함이 도약적 진화를 가능하게 한다. 창조적인 발명품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하부 기술의 다양함이 필요하다. 이 하부 기술의 풍성함을 만드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거품이다.

수시로 거품을 만드는 인간의 본성을 고쳐보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아파트 값을 잡겠다고 도덕적 드라이브를 건 최근 몇 년이 좋은 예다. 거품은 인간의 본성이 부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종류만 다를 뿐 인간의 역사에서 늘 있어온 중요한 상수다. 다만 과한 거품은 필연적으로 붕괴하니 거품이 빠질 때 치명적인 상흔을 입지 않도록 정도를 조절할 일이다.

거품은 물리적으로 방울 3개가 만나는 경계들의 병렬 배치로 표면의 외연을 넓힌 것이다. 붕괴는 3개 중 방울이 하나씩 터지면서 시작된다. 그렇다고 단번에 붕괴되지는 않고, 재배치를 통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든다. 이 단계는 겉보기에 안정적인 것 같지만 점차 막의 물이 빠지는 과정이 진행된다. 결국 얇아진 막들이 터지면서 붕괴한다. 인간 세상의 거품이 붕괴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거품이 터지는 초기에 요란하지만 이내 안정되는 듯이 보이게 되고, 이후 비교적 긴 거품의 소실이 진행된다. 20세기 최고의 두 거품인 대공황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전형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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